난 한때..
그러니까 19살때는 3옥타브 솔까지 고음이 올라갔었다..
she's gone 이라는 노래가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한때는 대학가요제에 나가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군대있을때 갑판 창고 안에서 매일 목소리를 틔운다고 고함을 지르곤 했다..
10년쯤 지나니..
엄청난 고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높은 노래까지는 소화해 낼수 있었다..
아내는 사람들과 노래방에 가면
은근히 남편 노래 실력을 자랑하고 싶었던것 같다..
강렬한 비트의 노래를 대신 선곡해주곤 했었다..
매일매일 기다려..같은 거..
또 10년이 지나..
한국가서 친구들을 만나 노래방에 갔더니..
목소리가 땅바닥을 기어간다며
어디 아프냐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리고 또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일반적인 노래도 이젠 되지 않는다..
목소리란 것이 쓰면 쓸수록 발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고함 지를 일도..노래 부를일도 별로 없다..
이젠 내 목소리는 완전히 바닥을 기고 있다..
그리고 내 나이 60이 되면
난 어쩜 노래방에서 트로트를 불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나이드신분들이나 부른다고 생각했던 그 노래들을..
처음만난 아내는 술을 잘 못마셨다..
그런데 술을 못한다는 사람이 내가 부어주는 술을 낼름낼름 받아마셨다..
취기가 돌았는지 그 모습이 참 예뻐 보였다..
세월은 흘러..
토끼같은 아내는 살쾡이로 변해가는것 같다..
남성호르몬이 나오는지 체력도 좋아지는것 같고
밖에 나가는것도 즐기는 것 같다..
오래전에 유행했던 이야긴데..
60이 되면..
아내는 곰국을 끓여놓고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는 우스개소리가 있었다..
60이면..
둘째딸이 대학을 한참 다니고 있을때고..
첫째는 사회생활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아내는 곰국을 끓여놓고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고
난 집에서 끓여놓은 곰국을 데워 끼니를 해결할지도 모르겠다..
얼마전 아내와 졸혼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이혼은 아니다..
딸 결혼식장에 팔짱 껴줄 사람은 있어야되니까..
남자 나이 60이면..
많은 일들이 가능하다..
집에 쭈그러져 마누라가 끓여놓은 곰국으로 식사를 떼울수도 있는 반면..
비록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은 굴곡지고 패인 주름일지언정
염색하지 않은 긴 흰머리를 곱게 빗어 말총처럼 묶고
콧수염과 턱수염을 가지른히 기른 그런 모습으로
30인치 허리를 자랑하며 양복을 입고 거리를 누빌지도 모를일이다..
그때가 되도 머리끄뎅이 잡고 싸울 여자들이 있을까..
60이 되면 60에 걸맞는 멋이란게 생겨날꺼다..
물리학에 보면 3대 법칙이 있다..
만유인력의 법칙..
관성의 법칙..
그리고..
원판불변의 법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