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쯤 됬나 봅니다..
2004년에 아체에 역사상 최대규모의 쓰나미가 덮쳤죠..
20만명이 목숨을 잃었는데요..
그때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고아원이 있다 해서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보고르(?) 톨을 타고 쭉 가다보면.. 왼편에 뿐짝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습니다..
거기서 뿐짝으로 올라가지 않고 직진을 하다보면
신호등이 있는 사거리가 나옵니다..
직진을 하면 란짜마야 골프장..수카부미쪽이고..
우회전을 하면 동물농장으로 갈수 있고..
좌회전을 하면 뿐짝 뒷길로 올라갈수 있는데
그쪽으로 올라가는 길에 고아원이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좋은일도 가끔은 해보자는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고아원에 갔습니다..
한국인이 계시더군요..
인사를 드리고..
안내해주시는데로 이곳저곳 둘러 보고
아이들도 만나봤습니다..
뿐짝이라 시원하더군요..
시설도 잘 되어 있고
아이들 또한 깨끗하고..
잘 입고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순간..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별로 도와줄만한 것도 없어보여
담배 한대 물고..이곳저곳 기웃거리고 있는데..
애들이 곧 태권도를 배울거라고 하더군요..
태권도를 배울 장소를 보여주시는데..실내였습니다..
낙법 같은것도 해야 하고 넘어질수도 있으니
실내에 매트리스가 깔려 있으면 좋겠다..시길레
그렇게 해드리겠다..말씀드리고 돌아왔습니다..
제법 넓었는데..
수소문해보니 실내 체육관용 매트리스 만드는 공장이 있더군요..
이런저런 용도로 사용할꺼고 면적은 이정도 된다하고..견적을 받았습니다..
2000만 루피아 정도 나왔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월급쟁이가 무슨 돈이 많겠습니까..
갑자기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좋은(?) 시설에..잘 지내고 있는 애들한테
나도 먹고 살기 힘든데 이돈을 쓸려고 하니 그런 생각이 들어서..
친한 중국 친구를 불렀습니다..
아체 쓰나미때문에 고아가 된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 설득했죠..
돈은 반반 부담하기로 하고
매트리스를 구입해 보내드렸습니다..
그 이후로..
한번도 그 고아원에 찾아간적도..연락한 적도 없습니다..
란짜마야나 수까부미 놀러갈때..
사거리에 도착하면 가끔 생각 날 정도..
제가 원래 오른손이 한걸 모든 사람에게 알리는 스타일이라..
어지간하면 사람들한테 자랑질을 했을텐데..
그 고아원 이야기는..
내일 아침 물어봐야 겠지만
아마 집사람도 모르지 싶습니다..
왠지..말하고 싶지 않더라구요..
왜 말을 안했을까..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름 좋은일 해보겠다고 찾아간 고아원이었는데..
고아원 아이들이 너무 잘 지내고 있었거든요..
상상이 완전 빗나간거죠..
허름한 시설에..
부모 잃고 의욕없는 아이들을 상상하고 갔다가
그와 반대의 모습을 보게 됬단 말입니다..
그 모습을 본 순간..전.. 잘못왔다..란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생각을 하는 순간 전 이미 자격(?)을 잃고 만 거죠..
고아원에 찾아갔으면..
쓰나미때 어렵게 살아남은 고아들이 포커스가 되어야 되는데
제 마음속엔..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을 도우는 저 자신이..이미.. 포커스가 되어 있었던 겁니다..
난 이런 사람이야..
난 다른 사람과 달라..
뭐..그런.. 저급한 허영심들로 가득차 있었으니..
좋은 시설에서 밝게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을 본 순간..
잘못 왔다..라는 생각이 들고 만 거죠..
내가 그곳에 간 이유는..
쓰나미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잘살수 있도록 도우기 위함이었는데..
아이들이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실망이란 걸 하게 된 겁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그래서 아무한테도 말..안한것 같습니다..
내 치졸한 정신상태 들킬까..
부끄러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