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아들이 요즘 무슨 대단한 발명 아이디어가 있다며 신이 나서 얘기하더군요.
그래서 들어봤더니, “물을 마셔야 알람이 꺼지는 시계”랍니다.
듣자마자 고개를 갸웃했죠.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끝내주는 아이디어’라는 게 전부 챗지피티가 만들어준 거라네요.
그래서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숙제는 네가 해야지, 챗지피티가 대신 해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
그랬더니 녀석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하더군요.
“아빠, 반 애들 전부 챗지피티로 5분이면 다 해요. 나만 시간 낭비하라고요?”
그 말을 듣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이러다 아이들이 점점 바보 되는 건 아닐까?
하지만 곧 또 생각이 바뀌더군요. 이게 사실 처음 겪는 변화는 아니잖아요.
우리 어릴 적엔 ‘서예학원’이 참 많았습니다.
단순히 글씨 연습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고 인내를 배우는 시간이라며 다들 보냈죠.
그런데 지금은 글씨 예쁘게 쓴다고 일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아마 계산 능력이나 창의력도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겁니다.
지금은 “그게 인간의 핵심 능력”처럼 여겨지지만,
조만간 “그걸 사람이 직접 해야 하나?”라는 시대가 오겠지요.
그래도 인간의 능력이 사라지는 건 아닐 겁니다.
다만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기본’의 위치가 달라지는 중인 거겠죠.
다음 세대는 아마 새로운 기준 위에서 또 다른 능력을 키워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