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잡설] 현명함은 지식에서 오지 않는다.

118.99.***.***
68

  저는 할머니가 키워주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할머니와의 유대관계가 깊었던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저희 할머니께서는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87세의 나이로 돌아가셨는데,   제 기억 속의 할머니는 매우 현명한 분이셨습니다.    어렸을 때는 할머니가 현명하다는 사실을 잘 몰랐지만,   나이가 들면서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던 한마디 한마디가 삶의 철학이 담겨 있었고,   후세를 걱정하는 깊은 뜻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될 때마다 놀라곤 했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할머니 이야기를 꺼내냐고요? 그 이유는, 할머니가 겪으신 일제 시대와 6.25 전쟁을 지나, 당시 소학교 교육밖에 받지 못하셨던 분이 어떻게 21세기를 살고 있는 손자보다 훨씬 현명하셨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의문은 바로 '현명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입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지혜로워지고 현명해진다고 믿기에는,   이제 반평생을 넘긴 제 나이가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나이와 경험이 가끔은 고집과 아집만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식의 양과 현명함은 절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 제가 살면서 깨달은 진리입니다.

   현명함은 상황을 이해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며,   주변 사람들과 타인을 위해 올바른 행동을 실천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능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저는 인도네시아에서 살면서 아이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우고 원칙대로만 하는 교육 방식이 과연 현명함을 키우는 과정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국을 떠나 인도네시아에서 생활을 시작한 계기도 비슷한 고민이었지만,   최근 인니에서의 아이들 학교생활과 교우 관계를 보면서 한국 교육 패러다임의 한계를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지식을 늘리는 교육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 윤리적 판단, 사회적 책임감 등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통해서 지식이 아닌 현명함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험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해서 사회적 루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성적은 단지 학업에 관한 것이며 학업 외에도 다양한 관심을 갖고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자신을 돌아보고 사회를 이해하는 능력이 생길 것입니다.    결국,   현명함은 지식이 아니라 경험에서 시작되고, 반성으로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를 갑자기 꺼낸 이유는 어제와 오늘 뉴스에서 계속 보였던 한국 사회의 모습이 문득 떠오르면서 생각이 나서입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높은 자리에 오르고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현명하지 못한 생각과 행동은 어디서 왔으며 그 원인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헛똑똑이들이 판치는 세상이 되었는지 혼자 술한잔 하며 취중잡설을 해봅니다.

  • (203.126.***.***)

    절대 동의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학습능력이 아니라 공감능력이라 생각합니다.
    말씀처럼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지혜로워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최근들어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늙은이가 되지 않고 어르신이 되기위해 부단히 노력해야겠습니다.

    @행복한고구마님에게 대댓글 쓰기

  • (182.3.***.***)

    @행복한고구마
    두서없이 쓴 취중 낙서를 이리 공감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LimJakarta님에게 대댓글 쓰기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

Jakarta 거주하며 자전거를 취미로 합니다.

자유게시판

  • IDR
  • KOR
8.94 0.01

2025.01.18 KEB 하나은행 고시회차 675회

다가오는 한인 행사일정

  • 등록 된 일정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