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시장은 정말 무너지고 있을까?
팬데믹 이후, 자전거 산업이 마주한 현실과 방향
최근 뉴스나 업계 보고서를 보면 “자전거 시장이 붕괴되고 있다”, “자전거 업계가 위기다”라는 표현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전거는 건강·취미·친환경 교통수단이라는 이미지를 등에 업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왜 이렇게 분위기가 급변한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전거 시장은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팬데믹이라는 비정상적 호황 이후 구조조정의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이 글에서는 자전거 시장이 왜 ‘몰락’처럼 보이게 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는지를 차분히 살펴보겠습니다.
1. 팬데믹 특수가 만든 ‘가짜 호황’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자전거 시장은 전례 없는 호황을 맞았습니다.
대중교통 이용을 꺼리게 된 사람들, 실내 활동에 지친 이들이 이동수단이자 운동·레저 수단으로 자전거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 자전거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 감염 위험이 적은 교통수단
- 집 근처에서 할 수 있는 안전한 운동
- 야외 활동의 대안으로 소비되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이 수요가 지속 가능한 성장이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만 발생한 일시적 특수였다는 점입니다.
일상이 정상화되자 사람들은 다시 대중교통과 자동차, 실내 운동으로 돌아갔고, 자전거 수요는 빠르게 식어버렸습니다. 이때부터 시장의 ‘거품’이 본격적으로 꺼지기 시작했습니다.
2. 과잉 생산이 불러온 재고 폭탄과 할인 경쟁
팬데믹 당시의 높은 판매량을 기준으로, 많은 제조사와 브랜드들은 “이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생산량을 크게 늘렸고, 유통망 역시 공격적으로 확장했습니다.
하지만 수요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감소했고,
그 결과는 창고에 쌓인 재고였습니다.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업체들은 대규모 할인에 들어갔고,
-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해진 가격이 반가웠지만
- 업체 입장에서는 매출은 있어도 이익이 남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고, 중소 매장과 유통사는 큰 압박을 받게 되었습니다.
3. 닫힌 소비자 지갑, 선택적 소비재의 한계
여기에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상승이 겹쳤습니다.
식비·주거비·에너지 비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자전거 구매는 후순위로 밀려났습니다.
특히 자전거는 자동차나 생활 가전처럼 ‘없으면 안 되는 필수재’가 아니라, 있으면 좋은 선택적 소비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경기 불황의 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받습니다.
- 고가 자전거 대신 저가형 모델 선택
- 새 제품 대신 중고 자전거 구매
- 아예 구매 자체를 미루는 소비자 증가
이런 흐름은 시장 전체의 체력을 빠르게 약화시켰습니다.
4. 전통 자전거에서 전기자전거(e-bike)로의 이동
최근 자전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전기자전거(e-bike)의 급성장입니다.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 정부 보조금
- 자전거 전용 도로 및 인프라
- 고령화 사회와 출퇴근 수요가 맞물리며 e-bike는 이미 ‘주류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반면, 전통적인 일반 자전거 중심의 브랜드들은
- 전동 시스템 기술
- 배터리·모터 공급망
- A/S 및 안전 규제 대응 등을 따라가지 못해 경쟁력을 잃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즉, 시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관심과 돈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며, 이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이 위기를 겪고 있는 셈입니다.
5. 실제로 나타난 위기 사례들
이러한 변화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 글로벌 자전거 브랜드들의 구조조정 및 인력 감축
- 일부 중소 브랜드의 파산 또는 사업 철수
- 지역 자전거 매장의 폐업 증가
- 대형 브랜드조차 연속 적자 발표
이런 뉴스들이 이어지면서 “자전거 시장이 무너진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시장 전체의 소멸이 아니라, 과잉 성장 이후의 조정 과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맺으며: 자전거 시장은 끝난 것이 아니라, 바뀌고 있다
자전거 시장은 지금 분명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라 재편의 시작에 가깝습니다.
- 무리한 확장과 거품은 사라지고
- 실사용 중심, 이동수단 중심의 시장으로 정리되며
- e-bike, 도심 교통, 지속 가능성 중심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습니다.
앞으로 살아남는 브랜드는
단순히 자전거를 파는 곳이 아니라,
이동 경험과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곳이 될 것입니다.
자전거 시장은 무너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팬데믹이라는 비정상적인 시대를 지나 ‘현실’로 돌아오고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