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무도 모르는 시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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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무도 모르는 시대


8장

회식 공지는 메신저로 왔다.

이번 주 목요일 저녁 팀 회식 예정입니다. 참석 가능하신 분은 투표 부탁드립니다.

아래에 버튼이 두 개 있었다.

참석

불참

나는 화면을 잠깐 바라봤다.

예전에는 회식에 참석할 수 있는지 묻지 않았다.

언제 하는지만 알려줬다.

그때는 그게 당연했고, 지금은 지금 방식이 당연했다.

나는 참석을 눌렀다.

잠시 뒤 숫자가 올라갔다.

아홉 명 중 여섯 명.

한 명은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고 했고, 한 명은 이미 약속이 있다고 했다.

막내 개발자는 아무 설명 없이 불참이었다.

아무도 이유를 묻지 않았다.

목요일 저녁이 되자 여섯 명이 회사 근처 식당으로 갔다.

팀장이 예약한 고깃집이었다.

예전처럼 긴 테이블에 사람을 빽빽하게 앉히지 않았다.

넓은 테이블 두 개에 세 명씩 나눠 앉았다.

팀장이 말했다.

“오늘은 그냥 편하게 드세요. 술도 드실 분만 드시고요.”

누군가는 맥주를 주문했고, 누군가는 콜라를 주문했다.

가장 어린 개발자는 탄산수를 달라고 했다.

나는 소주를 한 병 시킬까 하다가 맥주를 주문했다.

예전 같으면 첫 잔은 다 같이 소주였을 것이다.

누군가 잔을 채우고 상사가 건배사를 했을 것이다.

지금은 그런 것도 거의 없었다.

고기가 올라오고 조금 뒤 팀장이 맥주잔을 들었다.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람들이 각자 잔을 들었다.

탄산수 병도 올라왔다.

잔을 부딪치는 사람도 있었고 그냥 들어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처음에는 회사 이야기를 했다.

최근 배포가 어땠는지, 다음 스프린트가 얼마나 바쁜지, 새로 들어온 AI 도구가 생각보다 괜찮다든지.

그러다 자연스럽게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여행. 집값. 게임. 아이 이야기.

젊은 개발자 하나가 다음 달에 일본에 간다고 했다.

“어디 가는데?”

내가 물었다.

“후쿠오카요.”

“친구들이랑?”

“아뇨. 혼자요.”

“혼자 여행도 많이 가네.”

“편해요. 일정 맞출 필요도 없고.”

그 친구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여행을 가고, 혼자 영화를 보는 게 별일 아닌 세대였다. 우리 때는 혼자 고깃집 들어가는 것도 조금 이상한 일이었다.

그 차이가 개발과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끔은 회사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까지 달라진 이유가 그 안에 있는 것 같았다.

일곱 시 반쯤 됐을 때 막내 개발자가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저 먼저 가봐도 될까요?”

팀장이 바로 말했다.

“그럼요. 내일 봐요.”

막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사람들이 인사를 했다.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았다.

나도 말했다.

“그래. 들어가.”

그 친구는 가방을 들고 나갔다.

나는 잠깐 문 쪽을 바라봤다.

예전 같으면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막내가 회식 중간에 먼저 일어난다.

그리고 상사가 웃으면서 보내준다.

좋아진 일이었다.

분명히.

조금 뒤 다른 직원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도 애 재워야 해서 먼저 가겠습니다.”

팀장이 웃었다.

“가세요. 괜찮아요.”

여덟 시가 조금 넘었을 때는 네 명이 남았다.

팀장이 말했다.

“우리도 슬슬 끝낼까요?”

나는 시계를 봤다.

8시 17분.

옛날 같으면 1차가 끝날 시간이었다.

누군가 “2차 어디로 갈까요?”라고 했을 것이다.

나는 괜히 웃었다.

팀장이 물었다.

“왜 웃으세요?”

“아니. 옛날 생각나서.”

“옛날이요?”

“예전에는 이 시간이면 이제 2차 갔거든.”

젊은 개발자가 눈을 크게 떴다.

“평일에요?”

“평일이지.”

“다음날 출근인데?”

“그러니까.”

사람들이 웃었다.

팀장이 말했다.

“전 못 합니다.”

“나도 지금 하라면 못 해.”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그 말은 진심이었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다음 날 아홉 시에 출근하던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상사가 술을 권하는 것도, 가고 싶지 않은 2차에 따라가는 것도, 노래방에서 억지로 탬버린을 흔드는 것도 싫었다.

그런 문화는 없어지는 게 맞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끔은 그 시절 사람들이 더 가까웠던 것처럼 기억됐다.

물론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루에 열두 시간씩 같이 있고, 밥도 같이 먹고, 술도 같이 마시고, 주말에도 같이 일했으니까.

좋아서 가까웠던 건지,

도망갈 시간이 없어서 가까웠던 건지는

이제 잘 기억나지 않았다.

계산은 팀장이 회사 카드로 했다.

밖으로 나오자 사람들이 바로 갈라졌다.

“저 지하철 타러 갑니다.”

“저는 버스요.”

“내일 봬요.”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나와 팀장 둘만 남았다.

팀장이 말했다.

“선배님은 어디로 가세요?”

“나도 지하철.”

“그럼 저쪽까지 같이 가시죠.”

우리는 천천히 걸었다.

팀장은 나보다 열두 살이 어렸다.

회사 밖에서 둘이 걸으니 그 차이가 조금 더 느껴졌다.

팀장이 먼저 말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회식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좋아할 이유가 있나?”

“저도 사실 별로 안 좋아합니다.”

둘 다 웃었다.

“근데 가끔은 좀 아쉽긴 해요.”

팀장이 말했다.

“뭐가?”

“회사에서는 업무 이야기만 하니까요. 사람을 잘 모르겠어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줄 알았다.

“그게 좋은 거 아니야?”

“좋죠. 좋은데…….”

팀장이 잠시 생각했다.

“팀을 운영하다 보면 저 친구가 뭘 잘하는지, 뭘 하고 싶어 하는지 알고 싶은데요. 그런 얘기는 회사에서 잘 안 하잖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엔 술 마시면서 했고.”

“그렇다고 다시 그렇게 하자는 건 아니고요.”

“당연하지.”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렸다.

팀장이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메신저 알림이 여러 개 와 있었다.

“내일 아침에 보면 되지.”

내가 말했다.

“그러려고요.”

팀장은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신호가 바뀌었다.

길을 건너면서 나는 생각했다.

예전에는 회사와 사생활의 경계가 흐렸다.

지금은 선이 분명했다.

퇴근하면 각자의 시간이었고, 회식도 원하면 빠질 수 있었고, 주말에 회사 사람이 연락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일이 됐다.

좋은 변화였다.

그런데 관계에도 같은 선이 생겼다.

필요한 이야기는 메신저로 했고, 업무는 티켓으로 남겼고, 회의가 끝나면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

누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도 일하는 데 크게 문제는 없었다.

어쩌면 그것이 더 전문적인 조직인지도 몰랐다.

지하철 입구에서 팀장과 헤어졌다.

“내일 뵙겠습니다.”

“그래. 들어가.”

나는 계단을 내려갔다.

승강장에는 사람들이 각자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나도 휴대전화를 꺼냈다.

팀 메신저에 회식 사진이 한 장 올라와 있었다.

누군가 고기 굽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었다.

그 아래로 이모티콘이 몇 개 달렸다.

오늘 즐거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

나도 엄지손가락 모양 이모티콘을 하나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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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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