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무도 모르는 시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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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무도 모르는 시대


13장

마흔을 넘기고 나서는 시간이 빨라졌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음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사람이 들어왔다가 나갔다. 누군가는 팀장이 되었고 누군가는 개발을 그만뒀다. 나도 회사를 옮기고 계약을 갱신하며 계속 개발 일을 했다.

연말이면 늘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내년도 계속 가시는 거죠?”

처음에는 가볍게 들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질문은 무거워졌다. 경력이 길다는 건 경험이 많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비용이 높다는 뜻이기도 했다.

면접에서는 가끔 이런 질문을 받았다.

“아직도 직접 개발하세요?”

“네.”

“관리 쪽은 안 하셨고요?”

대답하고 나면 상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뜻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어느새 선배보다 후배가 많아졌다. 팀장이 나보다 어린 것도, 회의에서 내 의견을 묻는 것도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다만 젊은 개발자가 오래된 코드를 보며 “이걸 왜 이렇게 만들었지?”라고 말할 때면 시간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았다.

“그때는 이게 일반적인 방식이었어.”

“진짜요?”

나에게는 얼마 전 같은 일이 그들에게는 역사였다.

그 사이 개발은 훨씬 체계적이 됐다. 형상관리와 자동 빌드, 배포 절차가 자리를 잡았고 운영 서버에 아무나 접속하는 일도 줄었다. 대신 시스템은 더 커지고 연결된 곳은 더 많아졌다. 나는 여전히 직접 코드를 봤다.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오래된 시스템을 설명했고, 문서에 없는 예외를 찾았고, 문제가 생기면 로그와 데이터부터 확인했다.

그러다 AI가 들어왔다.

처음에는 질문하면 대답하는 편한 검색 도구쯤으로 봤다.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세상이 바뀐다는 말도 이미 많이 들어왔다. 클라우드가 나오면 서버 개발자가 없어질 거라고 했고, 노코드가 나오면 개발자가 필요 없어질 거라고 했다.

이번에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젊은 개발자가 처음 보는 코드를 AI에게 물어보고 몇 분 만에 동작하는 코드를 가져왔다. 다른 사람은 문서를 통째로 넣어 요약했고, 테스트 코드와 쿼리까지 만들게 했다.

처음에는 장난감처럼 보였다.

조금 뒤에는 편한 도구가 됐다.

더 지나자 이게 없던 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싶었다. 회사도 움직였다. AI 교육이 생겼고 라이선스 신청 공지가 올라왔고, 회의 자료에는 ‘생산성’이라는 단어가 자주 붙었다.

어느 날 메신저에 회의 초대가 왔다.

AI 개발 도구 활용 방향 공유

참석자 목록에는 팀장과 젊은 개발자들, 그리고 내 이름이 있었다. 회의 당일 조금 일찍 들어가 노트북을 열었다.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왔고 마지막으로 팀장이 들어왔다.

내가 가장 나이가 많았다.

팀장이 화면을 켰다.

에이전트. 코딩 어시스턴트. 컨텍스트. 벡터 데이터베이스. MCP.

어디선가 본 장면 같았다.

“아마 내년부터는 개발 방식 자체가 많이 달라질 겁니다.”

아주 오래전 책 한 권이 책상 위에 떨어지던 소리가 떠올랐다.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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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순간,

스물몇 살의 나와

쉰을 앞둔 내가

처음으로 같은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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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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