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AI를 쓰면서 느끼는 게, 제가 처음 일을 시작했던 아무것도 모르던 신입 시절과 좀 비슷하네요.
그때도 새로운 기술이 계속 나왔고, 세상이 완전히 바뀔 거라고 했고, 정작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잘 몰랐습니다. 그냥 배우고, 물어보고, 부딪치면서 일을 했죠.
25년쯤 지나 다시 비슷한 시대가 온 것 같은데,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는 이십 대였고 지금은 쉰을 앞두고 있다는 겁니다.
그 생각을 소재로 소설 하나 써봤습니다.
《다시 아무도 모르는 시대》
개발자로 살아오면서 겪었던 일들이 많이 섞여 있지만 실제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 건 아니고, 소설로 많이 각색했습니다.
그리고 글 자체도 대부분 AI가 써줬습니다. 저는 소재와 방향을 잡고, 읽으면서 평가하거나 이상한 부분과 수정할 부분을 알려주는 식으로 같이 만들었습니다. AI를 소재로 한 소설을 AI와 함께 썼다는 점도 재미있어서 그대로 밝혀둡니다.
개발 이야기가 배경이긴 하지만, 결국 나이 들어가면서 일하는 사람과 바뀌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전체가 꽤 길어서 한 번에 올리기보다는 한 장씩 나눠서 올려보려고 합니다.
취미로 만든 글이라 편하게 읽어주시고, 읽으면서 느끼신 점이나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다시 아무도 모르는 시대
1장
회의실에서 내가 제일 나이가 많았다.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 위로 부장도 있었고, 나보다 열 살쯤 많은 개발자도 있었다. 회의가 길어지면 그들이 먼저 한숨을 쉬었고, 나는 그보다 조금 늦게 한숨을 쉬었다.
지금은 달랐다.
회의실 맨 앞에 서 있는 팀장은 나보다 열두 살이 어렸다. 맞은편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는 개발자는 서른이 채 되지 않았고, 옆에 앉은 둘도 비슷해 보였다.
벽에 걸린 커다란 모니터에는 낯선 이름들이 떠 있었다.
에이전트.
코딩 어시스턴트.
컨텍스트.
벡터 데이터베이스.
MCP.
알고 있는 것도 있었고, 어디선가 들어본 것도 있었고, 처음 보는 것도 있었다.
팀장이 마우스를 움직이며 말했다.
“아마 내년부터는 개발 방식 자체가 많이 달라질 겁니다.”
젊은 개발자 한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많이 달라졌죠.”
“그렇죠. 사실 코드 자체는 이제 AI가 훨씬 많이 만들어주니까요.”
팀장은 화면을 넘겼다.
IDE 안에서 코드가 저절로 생겨나는 영상이 나왔다. 사람이 몇 줄 설명을 적자 파일이 만들어지고, 테스트 코드가 붙고, 오류가 수정됐다.
누군가 작게 감탄했다.
“와.”
나는 별말 없이 화면을 바라봤다.
처음 보는 광경은 아니었다.
나도 요즘은 코드를 짤 때 AI를 자주 썼다. 처음에는 검색 대신 질문을 던지는 정도였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함수를 만들게 했고, 테스트 코드를 만들게 했고, 오래된 소스를 붙여 넣고 무슨 뜻인지 설명해달라고 했다.
가끔은 내가 하루 종일 했을 일을 몇 분 만에 끝냈다.
처음에는 조금 기분이 나빴다.
정확히는 겁이 났다고 하는 편이 맞았다.
내가 이십 년 넘게 배우고 익힌 것 중 상당 부분을 저것은 너무 쉽게 해냈다.
그런데 사람은 생각보다 빨리 익숙해졌다.
며칠 뒤부터 나는 더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법을 고민했고, 몇 주 뒤부터는 AI가 만든 답을 어떻게 고쳐 써야 하는지 고민했다.
요즘은 아예 AI 없이 개발할 때가 더 답답했다.
팀장이 말했다.
“앞으로는 개발자가 모든 코드를 직접 작성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뭘 만들지 정하고, AI한테 정확히 지시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쪽이 되겠죠.”
그 말도 많이 들었다.
유튜브에서도 들었고, 기사에서도 읽었고, 회사 교육에서도 들었다.
개발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개발자의 역할이 바뀐다.
어딜 가도 비슷한 말이었다.
나는 노트북 화면을 내려다봤다.
회의 자료보다 메신저 알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운영팀에서 온 메시지였다.
결제 쪽 오류 다시 발생했습니다. 지난번하고 동일 증상인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나는 메시지를 잠깐 읽고 창을 닫았다.
회의가 끝난 다음에 보면 될 일이었다.
팀장은 계속 설명했다.
“특히 이제는 기술을 얼마나 많이 외우고 있느냐가 예전만큼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모르면 바로 물어보면 되니까.”
맞은편의 젊은 개발자가 웃었다.
“저도 요즘 문서는 거의 안 봐요. 일단 AI한테 물어보고 안 되면 봅니다.”
몇 명이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이상하게 그 말이 오래 남았다.
문서를 거의 보지 않는다.
나도 그랬다.
요즘은.
그런데 왜 그 말이 조금 불편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예전에는 새로운 프레임워크 하나 배우려면 책도 보고 교육도 받고 그랬잖아요.”
팀장이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선배님 때는 더 심했죠?”
회의실의 시선이 잠깐 내 쪽으로 모였다.
나는 웃었다.
“그땐 뭐…… 책 하나 사서 했지.”
“진짜 책 보고 개발했어요?”
막내 개발자가 물었다.
장난인지 진심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인터넷에도 자료 별로 없었으니까.”
“와.”
또 그 감탄이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의미처럼 들렸다.
석기시대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 표정.
나도 웃었다.
딱히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나 역시 그때를 떠올리면 아주 먼 옛날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책상 위에 두꺼운 책을 펼쳐놓고 예제 코드를 한 줄씩 따라 쳤다.
책에 나온 대로 했는데 안 되면 오타를 찾았다.
오타가 없으면 다시 처음부터 쳤다.
그래도 안 되면 옆자리 사람에게 물었다.
그 사람도 모르면 같이 책을 봤다.
가끔은 책이 틀렸다.
그 사실을 알아내는 데 하루가 걸리기도 했다.
팀장이 다시 화면을 넘겼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는 AI를 좀 적극적으로 써보려고 합니다. 아직 정해진 건 없고요. 일단 여러 가지 해보면서 방향을 잡아보죠.”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여러 가지 해보면서 방향을 잡는다.
나는 화면을 보다가 조금 웃었다.
그 말은 낯설지 않았다.
회의실에서 가장 어린 개발자가 물었다.
“그럼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AI를 어디까지 쓰는 건가요?”
팀장이 잠시 멈췄다.
“그건…….”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웃으며 말했다.
“저도 아직 정확히는 몰라요.”
회의실에서 웃음이 났다.
나도 웃었다.
그 순간 아주 오래된 목소리가 떠올랐다.
누군가 내 책상 위에 두꺼운 책 한 권을 내려놓던 소리.
툭.
“이거 써봤어?”
“아니요.”
“나도 몰라.”
그리고 그다음 말.
“이번에 이걸로 만들어야 된대.”
나는 고개를 들었다.
모니터에는 여전히 새로운 기술들의 이름이 잔뜩 적혀 있었다.
스물몇 살 때도 그랬다.
사람들은 처음 보는 말을 늘어놓았고, 그게 곧 세상을 바꿀 거라고 했다.
어제까지 없던 회사가 생겼고, 몇 달 뒤에는 사라졌다.
누구도 정확히 아는 것은 없었지만 모두가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
그 가운데서 우리는 일단 만들었다.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오십을 앞둔 지금,
이상하게 그때와 비슷한 냄새가 났다.
다만 한 가지가 달랐다.
그때의 나는 아무것도 몰라도 괜찮았다.
지금의 나는 모른다는 말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했다.
회의가 끝났다는 말에 사람들이 하나둘 노트북을 덮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운영팀 메시지가 다시 와 있었다.
확인 가능하실까요?
나는 답장을 썼다.
네. 지금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