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무도 모르는 시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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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휴대폰으로 옮기려니 힘드네요

저녁약속이 있어 오늘은 여기까지


다시 아무도 모르는 시대

3장

AI를 처음 제대로 써본 건 운영 장애 때문이었다.

평소 같으면 로그부터 뒤졌을 것이다.

오류가 난 시간대를 찾고, 호출된 API를 확인하고, 데이터베이스 쿼리를 보고, 필요하면 이전 배포 내역까지 따라갔을 것이다.

그날도 처음에는 그렇게 했다.

로그에는 익숙한 오류 메시지가 찍혀 있었다.

익숙하다는 건 원인을 안다는 뜻은 아니었다.

비슷한 메시지를 여러 번 봤다는 뜻에 가까웠다.

나는 몇 줄을 복사해서 검색창에 붙여 넣으려다가 손을 멈췄다.

그리고 옆에 열어둔 AI 창에 붙였다.

이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원인을 정리해줘.

답이 바로 나왔다.

가능성은 다섯 가지였다.

그중 세 개는 아니었다.

하나는 이미 확인했고, 다른 하나는 지금 시스템 구조상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마지막 하나가 조금 걸렸다.

나는 로그를 조금 더 붙였다.

이 로그까지 보면 어떤 가능성이 가장 높아?

답이 바뀌었다.

데이터 변환 과정에서 특정 값이 비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나는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했다.

정말 비어 있었다.

잠깐 멍하니 화면을 봤다.

“이걸 찾았네.”

혼잣말이 나왔다.

물론 AI가 장애를 해결한 건 아니었다.

어떤 테이블을 봐야 하는지는 내가 알고 있었다.

그 값이 왜 비어 있으면 안 되는지도 내가 알고 있었다. 운영에서 바로 수정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평소보다 빨랐다.

훨씬 빨랐다.

나는 문제를 수정하고 운영팀에 답장을 보냈다.

원인 확인했습니다. 데이터 예외 케이스입니다. 수정해서 반영하겠습니다.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다시 AI 창을 봤다.

방금까지 필요했던 건 로그 몇 줄뿐이었다.

예전 같으면 검색 결과를 몇 개 열어보고, 비슷한 사례인지 아닌지 읽고, 다시 검색어를 바꿨을 것이다. 검색 결과에 광고가 섞이기 시작한 뒤로는 원하는 답을 찾는 것도 예전보다 귀찮아졌다.

AI는 적어도 내가 묻는 말에 대답했다.

틀릴 때도 있었지만.

며칠 뒤에는 오래된 소스를 하나 붙여 넣었다.

십 년은 된 코드였다.

작성자는 이미 회사를 떠났고, 주석은 거의 없었다.

메서드는 지나치게 길었고, 중간중간 처음 보는 약어가 있었다.

예전 같으면 위에서부터 한 줄씩 따라갔을 것이다.

나는 AI에게 물었다.

이 코드가 전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해줘.

답이 나왔다.

대략 맞았다.

세부적으로 틀린 부분도 있었지만 큰 흐름은 잡혀 있었다.

조금 더 물었다.

이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곳은?

몇 군데를 짚었다.

그중 하나는 내가 이미 의심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조금 기분이 이상했다.

누군가와 같이 일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도 상당히 말이 잘 통하는 사람과.

옆자리 개발자에게 물어보면 미안한 일이 있다.

바쁜 걸 알면서 사소한 걸 묻는 것도 그렇고, 한참 설명을 들은 뒤에도 이해가 안 되면 다시 묻기도 애매하다.

AI에게는 그런 게 없었다.

같은 걸 세 번 물어도 짜증 내지 않았다.

내가 이상하게 질문하면 이상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질문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이거 더 단순하게 설명해줘.

자바 기준으로 예제를 만들어줘.

이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은?

운영 중인 시스템이라 변경 범위가 작아야 해.

답이 점점 쓸 만해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질문하는 재미가 생겼다.

점심시간에 젊은 개발자가 내 자리에 왔다.

“선배님, 그거 많이 쓰세요?”

내 화면의 AI 창을 가리켰다.

“요즘 좀 써.”

“괜찮죠?”

“생각보다.”

“저는 거의 이것부터 물어봐요.”

그 친구는 자기 노트북을 돌려 보여줬다.

AI와 주고받은 대화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코드를 만들어달라고 했다가, 틀렸다고 지적하고, 다시 고치게 하고, 테스트 코드까지 만들게 했다.

나는 화면을 보다가 말했다.

“근데 이건 네가 확인은 해야지.”

“하죠.”

“얘가 틀린 것도 되게 확신 있게 말하잖아.”

“맞아요. 그래서 그냥 다 믿으면 안 돼요.”

대답이 생각보다 멀쩡해서 조금 김이 샜다.

나는 은근히 한마디 가르쳐주고 싶었던 것 같다.

젊은 개발자가 말했다.

“그래도 편하잖아요. 모르는 거 찾는 시간 엄청 줄고.”

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긴 하지.”

“예전에는 어떻게 했어요?”

나는 잠깐 생각했다.

“검색했지.”

“검색하기 전에는요?”

“책 봤고.”

그 친구가 웃었다.

“진짜 다 책으로 했어요?”

“다 책으로 한 건 아니고.”

나도 웃었다.

그 말이 이상하게 자꾸 나온다고 생각했다.

진짜 책으로 개발했어요?

요즘 개발자들한테는 그게 그렇게 먼 이야기인가 싶었다. 그날 오후에는 처음 보는 라이브러리를 써야 할 일이 생겼다.

예전 같으면 공식 문서부터 열었을 것이다.

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AI에게 먼저 물었다.

이 라이브러리 기본 사용법 알려줘.

예제 코드가 나왔다.

복사해서 붙여 넣었다.

오류가 났다.

오류 메시지를 다시 AI에게 줬다.

AI가 코드를 고쳤다.

또 오류가 났다.

다시 물었다.

세 번째에는 실행됐다.

나는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

예전에도 이런 순간이 있었다.

책에 나온 예제를 그대로 따라 쳤다가 처음으로 화면에 결과가 나왔을 때.

그때도 왜 되는지 전부 이해한 건 아니었다.

일단 됐다는 사실이 좋았다.

나는 마우스를 움직여 코드를 다시 봤다.

조금 웃음이 났다.

별거 아닌데 재미있었다.

오랫동안 개발하면서 그런 기분을 잊고 있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일이 언제부터인가 재미보다 부담이 됐다.

또 공부해야 하나.

또 바뀌었나.

이거 몇 년이나 갈까.

먼저 그런 생각부터 했다.

경력이 쌓인다는 건 아는 것이 많아지는 일이기도 했지만, 새로운 것을 볼 때 의심부터 늘어나는 일이기도 했다.

AI는 조금 달랐다.

내가 모르는 것을 대신 공부해주는 것 같았다.

정확히는 공부하지 않고도 시작할 수 있게 해줬다.

그 점이 좋으면서도 불안했다.

나는 실행된 코드를 다시 읽었다.

모르는 부분이 있었다.

예전 같으면 그 부분을 이해할 때까지 문서를 찾아봤을 것이다.

적어도 그렇게 했다고 기억했다.

잠깐 생각하다가 AI 창에 다시 질문했다.

이 코드에서 이 부분은 왜 필요한 거야?

설명이 나왔다.

나는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 이해한 것 같았다.

정말 이해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날 퇴근 시간이 조금 지나서도 나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야근할 일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AI에게 이것저것 시켜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내일 해도 될 작은 기능 하나를 만들고 있었다.

코드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고치게 했다.

테스트도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중 하나가 실패했다.

왜 실패하는지 물었다.

AI가 자기 코드가 잘못됐다고 했다.

나는 혼자 웃었다.

“너도 모르잖아.”

다시 고치게 했다.

이번에는 테스트가 통과했다.

사무실에는 사람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모니터 불빛만 켜진 자리들이 몇 개 보였다.

한참 뒤 젊은 개발자 한 명이 가방을 메고 지나가다 나를 봤다.

“선배님 아직 안 가세요?”

“어. 이것 좀 보느라고.”

그가 내 화면을 힐끗 봤다.

“재밌죠?”

나는 대답하지 않고 웃었다.

그 친구도 웃으며 먼저 갔다.

조금 뒤 나도 노트북을 닫았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생각했다.

오랜만이었다.

일이 끝났는데도 조금 더 해보고 싶었던 것이.

그 감정이 반가웠다.

동시에 조금 우스웠다.

스물몇 살 때는 책을 펴놓고 모르는 코드를 따라 치면서 밤을 샜다. 지금은 AI가 만들어주는 코드를 고치면서 퇴근을 미루고 있었다.

방법은 달랐지만 기분은 비슷했다.

내가 모르는 것이 눈앞에 있었고,

그걸 조금 만져보면 뭔가 될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나는 혼자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기 직전 휴대전화가 울렸다.

젊은 팀장이 보낸 메시지였다.

선배님, 아까 말씀드린 AI 활용 건 내일 잠깐 같이 이야기하시죠. 생각보다 활용할 데가 많을 것 같습니다.

나는 메시지를 읽고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들떠 있었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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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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