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무도 모르는 시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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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무도 모르는 시대


11장

AI를 쓰는 데 익숙해지는 데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질문을 잘하는 법부터 배웠다.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써야 했고, 환경을 알려줘야 했고, 이미 해본 것을 같이 적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AI는 너무 쉽게 엉뚱한 답을 했다.

나는 그게 사람에게 질문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안 돼요.”

라고 말하는 것과,

“운영에서는 되는데 개발에서만 이 오류가 납니다. 설정 차이는 이렇고, 로그는 여기까지 정상입니다.”

라고 말하는 건 전혀 다른 질문이었다.

AI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점점 질문이 길어졌다.

자바 21 기준.

기존 인터페이스는 변경하면 안 됨.

운영 중인 시스템이라 수정 범위 최소화.

외부 API라 재시도 불가.

DB 스키마 변경 불가.

처음부터 조건을 붙였다.

그러면 답이 조금 덜 멍청해졌다.

가끔은 놀라울 정도로 괜찮은 답이 나왔다.

그날 맡은 일은 오래된 배치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것이었다.

특정 조건의 고객만 따로 처리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예전 같으면 소스를 따라가는 데만 반나절은 걸렸을 것이다. 배치 하나가 여러 클래스를 거쳐 실행되고 있었고, 중간에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한 다음 다른 시스템까지 호출했다.

나는 관련 파일들을 AI에게 차례로 보여줬다.

이 배치의 전체 흐름을 정리해줘.

몇 초 뒤 순서가 나왔다.

대략 맞았다.

나는 빠진 부분을 추가로 설명했다.

이 부분은 실제로는 이렇게 동작해.

AI가 다시 정리했다.

흐름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다음 요구사항을 넣었다.

이 구조에서 특정 고객군만 별도 처리해야 한다. 기존 영향 최소화해서 수정 방법 제안해줘.

세 가지 방법이 나왔다.

첫 번째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두 번째는 기존 구조를 너무 많이 바꿨다.

세 번째가 괜찮아 보였다.

나는 코드를 만들어보라고 했다.

AI가 코드를 내놨다.

그대로 쓰지는 않았다.

필요 없는 부분을 지웠고, 이름을 바꿨고, 우리 시스템 방식에 맞게 고쳤다.

테스트도 만들어달라고 했다.

경계값 몇 개가 빠져 있었다.

내가 추가했다.

한 시간쯤 지나자 대략 형태가 잡혔다.

나는 잠깐 시계를 봤다.

예전 같았으면 아직 기존 소스를 읽고 있었을 시간이었다.

조금 이상했다.

처음에는 AI가 빠른 게 신기했는데, 이제는 AI 없이 일하면 답답할 것 같았다.

오후에 팀장이 자리로 왔다.

“선배님, 그 배치 건 어떻게 돼가세요?”

“거의 끝났어.”

팀장이 시계를 봤다.

“벌써요?”

“테스트 좀 더 해봐야 돼.”

“원래 이거 이틀 정도 보지 않았어요?”

“그랬지.”

팀장이 내 모니터를 봤다.

AI 창이 한쪽에 열려 있었다.

“AI로 하신 거예요?”

“도움은 받았지.”

“요즘 선배님이 제일 잘 쓰시는 것 같아요.”

나는 웃었다.

“젊은 애들이 더 잘 쓰지.”

“아니에요. 걔들은 코드 만드는 데만 많이 쓰고요.”

팀장이 의자를 하나 끌어와 앉았다.

“선배님은 기존 시스템 분석할 때 잘 쓰시는 것 같아요.”

그 말은 조금 기분이 좋았다.

단순히 AI를 많이 쓴다는 말과는 달랐다.

내가 오래 해온 일과 새로운 도구가 잘 맞는다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팀장이 말했다.

“이거 원래 사람 하나 더 붙이려고 했거든요.”

“누구?”

“막내요. 같이 보라고 하려고 했는데.”

“필요 없을 것 같은데.”

나는 별 생각 없이 말했다.

“이 정도는 혼자 하면 돼.”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저도 보니까 그럴 것 같아서.”

나는 다시 화면을 봤다.

그때는 그 대화에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만족스러웠다.

예전 같으면 이틀 걸릴 일을 하루도 안 돼 끝냈다.

누구 도움도 필요 없었다.

경력이 쌓이면 속도가 느려질 거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젊을 때처럼 밤을 새우기도 힘들고, 새로운 기술을 따라가는 것도 점점 귀찮아질 거라고.

그런데 AI를 쓰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반대가 됐다.

모르는 기술을 만나는 부담이 줄었다.

예전에는 처음 보는 라이브러리가 나오면 문서부터 읽어야 했다.

지금은 AI에게 먼저 물었다.

전체 구조를 설명하게 하고, 간단한 예제를 만들게 하고, 내가 알아야 할 부분만 다시 물었다.

필요하면 그때 문서를 봤다.

순서가 바뀌었다.

공부하고 시작하던 것에서, 시작하고 필요한 만큼 공부하는 것으로.

생각해보면 나는 원래 그런 식으로 일해왔다.

젊을 때도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개발한 적은 거의 없었다.

필요한 장을 먼저 펼쳤다.

안 되면 앞쪽을 봤고, 그래도 모르겠으면 다른 책을 찾았다. AI는 그 과정을 엄청나게 빠르게 만들어준 것뿐이었다.

며칠 뒤에는 다른 팀에서 연락이 왔다.

이쪽 API 변경해야 하는데 한번 봐주실 수 있을까요?

나는 자료를 받았다.

처음 보는 시스템이었다.

예전 같으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담당자가 설명해주는 걸 듣고, 문서를 읽고, 코드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이번에는 저장소 일부를 받아 AI에게 구조를 정리하게 했다.

회의 전에 흐름을 대충 알고 들어갔다.

상대 개발자가 설명을 시작했을 때 이미 절반은 이해하고 있었다.

회의가 끝난 뒤 상대 팀장이 말했다.

“이거 처음 보신 거 맞죠?”

“네.”

“원래 알고 계신 줄 알았어요.”

나는 웃었다.

그날은 기분이 꽤 좋았다.

처음으로 AI가 내 경력을 깎아먹는 도구가 아니라, 내 경력을 더 쓸모 있게 만드는 도구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코드 작성 속도로 젊은 개발자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었다.

AI가 대신 빨리 만들어줬다.

내가 가진 것은 그다음이었다.

이 코드를 운영에 넣어도 되는지.

이 구조를 바꾸면 어디가 같이 깨질지.

어떤 값이 예외로 들어올 수 있는지.

누구에게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

AI가 코드를 만들고, 나는 그 코드가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봤다.

그 조합이 꽤 괜찮아 보였다.

어느 날 점심을 먹다가 젊은 개발자가 말했다.

“선배님 요즘 일 진짜 빨리 하시던데요.”

“AI 쓰잖아.”

“그래도요. 저는 AI가 만들어줘도 어디다 넣어야 할지 모르겠던데.”

“오래 하면 알아.”

말하고 나서 또 그 말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친구가 웃었다.

“또 오래 하면 안대.”

“그러네.”

나도 웃었다.

“근데 진짜야. 어디를 고치면 어디가 터지는지 그런 건 몇 번 터져봐야 알거든.”

“그럼 저는 언제 선배님만큼 돼요?”

“이십 년쯤 뒤?”

그 친구가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도 개발하고 있을까요?”

나는 웃으려다가 멈췄다.

가벼운 농담처럼 들렸지만, 그 질문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왜?”

“그냥요. 요즘 AI 보면 앞으로 개발자 이렇게 많이 필요할까 싶어서.”

이번에는 내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는 AI 덕분에 내 자리가 더 단단해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오래된 경험과 AI를 같이 쓰면 꽤 강력하다고.

그런데 그 힘이 꼭 나를 위해 쓰이는 건 아니었다.

사람 둘이 하던 일을 내가 혼자 할 수 있게 됐다.

회의 준비도 빨라졌고, 코드 작성도 빨라졌고, 분석도 빨라졌다.

좋은 일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날 오후 팀장이 회의 중에 말했다.

“이번 작업은 선배님 혼자 보셔도 될 것 같고요.”

예전 같으면 아무 생각 없이 들었을 말이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들렸다.

혼자 해도 된다.

사람이 더 필요하지 않다.

말은 같았다.

의미도 아직은 같았다.

그런데 그 사이 어딘가에 내가 보지 않던 문장이 하나 숨어 있는 것 같았다.

사람이 더 필요하지 않다.

나는 그 생각을 오래 하지 않았다.

아직 일이 많았다.

새 티켓이 세 개 들어와 있었고, 내일까지 리뷰해야 할 코드도 있었다.

AI 창을 열었다.

새로운 소스를 붙였다.

이 코드 구조부터 설명해줘.

답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읽었다.

이제는 신기하지도 않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놀라워했던 속도에 벌써 익숙해져 있었다.

사람은 편리함에는 아주 빨리 적응했다.

나는 그날 해야 할 일을 평소보다 일찍 끝냈다.

퇴근 버튼을 누르며 시계를 봤다.

예정보다 한 시간 빨랐다.

기분이 좋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 팀장을 마주쳤다.

“벌써 가세요?”

“오늘 거 끝났어.”

팀장이 웃었다.

“AI 도입 효과 제대로네요.”

나도 웃었다.

“그러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면서 팀장이 손을 들었다.

나도 가볍게 손을 들었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거울에 내 얼굴이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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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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