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사이클, 사치품에 대한 성찰

58.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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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y1rs 노랭이로 자전거에 다시 복귀했습니다만...
투르드프랑스에 대한 과학기술사(STS) 박사논문을 쓰고 있습니다.
오늘 자게에 올라온 한국 자전거 시장 관련 논의들에 대해 저도 한 말씀 보태고 싶습니다.

두괄식으로 결론부터 얘기하면 한국 자전거 시장의 문제는 사치품을 사치품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여기서의 한국 자전거 시장이란 주지하듯 로드자전거 시장, 그 중에서도 고가 브랜드 시장입니다.

기억하실 겁니다.
코로나 때 다른 운동을 하던 분들이 많이 유입되어 부품 수급이 웃돈을 주고 사와도 안 됐던 것을요.
그러고 코로나 끝나고 나서 수입사들이 계속 바뀌고 대리점들은 재고처리가 안 되거나 술수를 쓰다가 저격을 먹거나 그러고 있죠.

이와 관련해 저의 인물사부터 구술하자면...
저 같은 경우는 코로나 시작 때부터 입문했습니다만,
다른 운동을 하다 유입한 것은 아니고 역사학 석사 끝나고 나서 건강이 너무 안 좋아져서 졸업하자마자 입문했던 겁니다.
드림카는 비앙키 올트레 xr4라는 생각을 갖고서 입문했어요.
입문 전부터 커뮤니티 같은 건 몇 년 이상 보곤 했어서 그랬던 건데...

대부분 동호회 매너는 굳이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요새 는 식의 AI생성 영상을 엄청 올려대는 채널들에서 지적하는 부정적인 모습들 그대로였습니다.

자전거는 무슨 브랜드를 타야하고,
어떻게 타야 잘타는 거고,
이런 얘기들은 직접적으로 강제적이진 않지만 입문한 사람을 쉽게 가스라이팅시키기 좋았죠.
여기서 좀 더 나아가면 FTP 얘기가 나오고 그걸 어떻게 올려야 하고, 또 그것만이 답이 아니다~ 이런 말도 나오는데,
자세히 보면 그런 준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일수록 순수 동호인이라고 하기엔 업계와의 연관성이 깊었습니다.
로열티 높은 고객이란 건 어느 시장에든 있는 거지만 어떤 기준을 통해 자전거를 평가하거나 실력을 평가하거나 하는 행위들 자체가 자본과의 연관성을 부정할 수는 없겠더군요.

어제 어느 분이 mct 동호인들에 대해서도 안 좋은 말을 하셨습니다만,
mct가 동호인인데 선수도 아니면서 업계에도 한 발 걸치기 좋은 위치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면서 스폰서들의 홍보를 책임지죠.
그래서 mct는 개인적으로 동호인들의 자본 예속을 일정 부분 유지시키는 제도라고 봅니다.
어떤 상품을 유행시키기 위한 유통사의 상술과 mct들의 홍보, 그에 반응하며 자신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 지갑을 여는 일반 동호인들의 시장 구조가 보이는 겁니다.
그러면서 커뮤니티에는 mct 동호인들이 선수인지 동호인인지 논쟁이 벌어지져.
mct를 중심으로 얘기하고자 하는 건 아니라 논증 과정에서 다뤄야할 변수로서 언급을 했네요.

이런 구조를 생각해보면 코로나 때는 각 수입사들이 명품 브랜드 엄청 판매하다가,
지금은 너도 나도 중국산 가성비 브랜드 판매하려는 춘추전국시대인 게 대략적으로 이해가 됩니다.
물론 그 중국산 가성비 브랜드라는 것들 역시 많으면 500~700만원은 투자해야 완차가 나옵니다.
코로나 때 유입된 분들은 결국 돈이 안 돼서 나간 거에요.
마이너스 통장을 뚫거나 무이자할부 24개월로 명품 기함 자전거를 사는 경우를 한두 번 본 게 아닙니다.
그럴 때 인플루언서들이나 mct들은 어디서 뭘 비싼 걸 스폰을 받아와서 유튜브에 올리며 홍보를 했죠.

단기실적 향상을 위한 마케팅, 상술이 1차적인 문제였기는 하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을 탓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제 생각으로 좀 더 근본적인 것은 상술했듯 결국 명품에 대한 인식이에요.
다들 아시듯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자전거 시장의 인구 분포는 피라미드식이어야 합니다.
그냥 100만원도 안 되는 자전거 못 봐주는 한국인 성미입니다.
등산족들이 아크테릭스나 파타고니아 같은 브랜드 좋아하듯 말이죠.

하지만 여러분은 명품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단순히 비싼 것?
나의 과시를 위한 것?
돈이 없으면 안 사는 게 맞는 것이고,
살 수 있다고 해서 못 사는 사람을 무시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역사상 명품이라고 하는 게 뭔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일제시대 지나면서 전통 수공업은 맥이 끊겼고,
한국전쟁으로 또 한 번 공업 기반 자체가 무너져버렸고,
개발 시대 때는 공들여서 느리게 만든 것보다는 일단 돈을 벌기 위해 공장을 빨리빨리 돌려야 했습니다.

결국 인식 문제인데,
요새들어 그런 문제의식 때문에 부엌조리도구 관련해서는 180년이 넘은 <천장인의 대장간>이라든지
트럼프가 좋아했다던 <제나일> 만년필이라든지 하는 장인들의 스토리가 담긴 명품들이 우리나라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어요.
명품을 명품으로서 인정한다는 것은 한 달에 하나의 제품이 출고되더라도,
그렇기에 지나치게 비싸보이더라도 그 장인의 노력을 이해하며 정신적으로 장인과 하나될 수 있는 소비자가 되는 거라고 봅니다.

결국 느리게 사는 법... 표면적인 라이딩 속도 문제가 아니라 그 느림의 정수, 느림의 미학, 그 중용 등을 결국 로드 사이클 업계가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비싼 거 샀다고 글 올려도 "쟤 자랑하네" 이런 얘기 안 나오고,
반대로 싼 거 샀다고 글 올려도 "어휴 저런 걸 왜 사" 이런 얘기가 없겠죠.
수요와 공급이 입문-가성비-중상급-최상급 순서로 안정적인 피라미드를 이룬다는 것은,
결국 모든 사람이 콜나고나 피나렐로를 살 수 없음을 우리 스스로들이 쿨하게(?)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봅니다.

저의 성찰에 영향을 준 선대 학자들은 유한계급론으로 유명한 토르스타인 베를런, <사치와 자본주의>를 쓴 베르너 좀바르트, 물질의 역사를 성찰한 게오르크 짐멜, 아비투스 개념으로 유명한 피에르 부르디외 등입니다.
제가 해온 성찰이니 고견들 나눠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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