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순회공연으로 떠나는 애니메이션 한글폰트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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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타이핑 치면 나오는 디지털 폰트(TTF/OTF)를 뽑아내려고 한 게 아니었거든요. 진짜 시간과 정성을 꾹꾹 눌러 담아, 한 획 한 획 손으로 직접 따라 쓰며 '글씨를 쓴 그 궤적과 호흡 자체'를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시간은 배로 걸렸죠.

텍스트의 이미지일 수 있음

원래 제 소박한 로망은 이거였습니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정성스레 한자나 글귀를 남겨주면, 아이도 그 정성을 보며 또박또박 바르게 따라 쓰는 따뜻한 그림…"

그런데 세상일이 늘 그렇듯 기획자의 낭만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더군요.

얼마 전 설민석 쪽(단꿈아이)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요구사항이 참 현실적이면서도 기발(?)했습니다. "작가님이 AI로 첨삭을 돌려서, 아이가 글씨를 쓰면 마치 선생님이 옆에서 직접 손으로 1:1 빨간펜 지도해 준 것처럼 피드백이 나오게 해주세요."

텍스트의 그래픽일 수 있음

늘 그렇듯 '재미'를 좇다 보면 돈이 따라오고, 돈을 따라가다 보면… 제미나이가 "응?!? =33=333" 하면서 제 멱살을 잡고 끌고 가는 기분이 듭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한국어는 기본이고 중국(간체), 일본(상용한자), 대만(번체) 한자까지 손으로 죄다 써가며 데이터를 구축해 놨네요. 한·중·일·대만 한자 지옥을 간신히 빠져나왔다 싶었더니, 이제는 태국어, 베트남어 같은 동남아시아 글자 쓰기 순회공연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글자 모양들이 아주 버라이어티합니다…)

낭만으로 시작했다가 졸지에 AI 빨간펜 장인이 되어 아시아 문자를 정복하러 다니는 중입니다. 작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결과물도 한 번 들고 와보겠습니다.

애프터이펙트로 모든 획 애니메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 원문 출처: https://a9fo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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